[부모]취학 전 천 권 읽기를 처음 신청하던 날이 생각이 납니다. 추운 겨울 날, 어린 둘째를 유모차에 태우고 아이 손을 잡고 걸어서 다녀오던 그 길이 너무 힘들어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집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한 번 다녀오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1000권이라니 이거 안되겠네’ 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1000권 읽기 달성 소감을 쓰고 있자니 참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땐 그렇게 어려워 보였는데, 어떻게 1000권을 달성하게 되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면, 아이 뿐만 아니라 제가 1000권 읽기를 진심으로 즐겼기 때문에 가능했단 생각이 듭니다. 아이를 위해 펼쳐 든 동화책이었는데, 이상하게 읽고 나면 제 마음이 따뜻해지고, 흐뭇해지고, 그냥 좋았습니다. 아마도 그건 제 아이뿐만 아이라 제 내면의 아이에게도 1000권을 함께 읽어주며, 그 시간을 힐링의 시간으로 만들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린시절 겪었던 상황이 책 속에 나올 때면, 내가 그 주인공 아이가 되어 공감하고, ‘이런 상황에서 진짜 성숙한 어른들은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 주는 구나, 그런 말을 들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해서 그때 나 진짜 많이 속상했겠다,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어른이 되어야지.’ 내면의 아이를 위로하고 토닥이고, 앞으로 나는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 지 그 양육태도까지. 동화책 한권으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지 시간이 지날 수록 동화책을 읽는 것이 점점 좋아졌습니다.
더불어, 동화책이 정말 재미있어서 진심으로 제가 즐기면서 함께 읽었습니다. 그 전엔 알지 못했던 사실, 동화책이 이렇게 재밌다는 걸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천 권을 읽는 동안 인생의 중요한 가치와 생각을 짧은 책 속에 재치있게 그려내는 명작들을 만나 정말 행복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를 만큼 가슴 찡한 책들, 온 가족이 깔깔깔 배꼽을 잡고 웃던 책들, 어떻게 이렇게 기발할 수 있을까 경외감이 들던 동화책들까지 기억에 남는 책들이 정말 많습니다. 진실과 거짓이 뒤섞이고 자극적인 컨텐츠들만이 주목을 받는 복잡한 세상에 피로감을 느끼던 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아이와 함께 깊이 있는 ‘선텐츠’ 들을 만나는 시간이 제겐 하루 중 가장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수행평가에 들어가는 권장도서나 겨우 읽고 독후감 쓰기만 해봤던 저는 책 읽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랐는데, 아이와 천 권 읽기를 하면서 다시 책이 좋아지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위해 시작한 천 권 읽기를 통해 제가 더 얻은 게 많고, 그 좋은 걸 몸소 느끼니 주말마다 저절로 도서관을 찾게 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천 권이 채워진 것 같습니다.
천 권 읽기를 통해 제 아이뿐만 아니라 저도 제 내면의 아이도 크게 성장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와 아이의 미래를 위해 천 권 읽기를 신청하실 것 같습니다.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도 함께 성장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다는 시각으로 접근하시면 엄마도 즐겁게 참여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더 많은 엄마들이 이 즐거움을 느껴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끝으로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에 힘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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