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구의 28.2 %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시대다. 그래서일까. ‘반려동물’이라 듣는 순간 대다수는 자연스레 강아지·고양이·귀여움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이 익숙한 등식 뒤에는 통계에도 잘 잡히지 않는 또 다른 생명들이 숨어 있다.
정혜원의 『실험 쥐 구름과 별』은 바로 그 '숨은 이름'을 붙잡아 꺼내어준다. 동물실험이 끝나자마자 안락사 예정이던 래트 두 마리, 구름과 별과 함께한 2년의 기록을 통해 저자는 '왜 어떤 동물은 따뜻한 무릎 위에, 어떤 동물은 차가운 실험대 위에 올라가야 하나'라는 질문을 던진다. 실제로 2024년 국내 동물실험에 사용된 459만 마리 중 설치류가 406만 마리(약 88 %)였다. 숫자에 불과했던 생명에게 이름과 일상을 돌려주는 과정이 마음 한 구석을 찡하게 만든다.
책장을 덮고 나면 반려동물의 정의가 조금 달라진다. '귀엽다'는 이유로 사랑받는 존재가 아니라, '이름을 부르면 대답하는 모든 생명'이 반려가 될 수 있다는 사실. 무릎이든 실험대든, 우리가 놓인 자리를 바꿀 힘은 ‘관심’에서 시작된다는 깨달음을 구름과 별이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