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과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등을 통해 친밀한 관계에서 생겨나는 불안과 의심을 날카롭고 세련된 방식으로 그려온 손보미가 <사랑의 꿈>에서 공들여 묘사하는 세계는 그전과는 전혀 다르다.
“한때는 부부에게, 한때는 특별히 비참한 삶을 산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었고, 지금은 일인칭에 관심을 가지는 중이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그 세계는 주로 ‘일인칭 십대 여자아이’로 이루어져 있다. 장편소설 <작은 동네>에서 처음으로 일인칭 여성 화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간 손보미는 이번 소설집에서 다양한 나이의 여자아이를 본격적으로 등장시키며 “연약하지만 다채롭고 위태롭지만 맹렬한 세계 속에 포함되어” 있는 인물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그렇지만 <사랑의 꿈> 또한 손보미의 소설이기에 ‘십대 여자아이’에 대해 우리가 기대하고 예상하는 것들은 짜릿하고 통렬하게 깨어지며 새로운 얼굴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