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목적 중 하나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오는 피로를 새로운 감상으로 씻어내기 위함일 것이다. 쉽게 지치는 요즘,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지만 마음먹기도, 실제로 떠나기도 쉽지 않다. 생업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시간이 날 때면 종종 궁궐을 찾는다. 서울의 중심에 자리해 서울 어느 지역에서든 30분에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곳. 뒤돌아 한 발짝만 벗어나도 자동차 소음과 고층 빌딩이 가득하지만, 다시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가면 현재의 풍경은 자취를 감추고, 고요하고 단정한 과거의 모습만이 남아 있다. 아이러니한 이 풍경 속에서 옛것이 주는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에 긴장이 풀어진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현재로부터 완전히 단절된 채 과거에 대한 새로운 감상으로 지난 피로를 씻어낸다.
유물이나 유적을 떠올리면 괜스레 느껴지는 거리감이 있다. 『유물즈』, 『뮤지엄 서울』 등을 집필하며 '유물 애호가'로 불리는 이 책의 저자 김서울은, 일반 감상자의 시선으로 유물을 쉽고 친근하게 풀어내며 그 거리감을 좁혀 왔다. 옛것에 대한 애정 가득한 작가의 시선을 따라 가까운 궁궐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궁’며들게 될 것이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은 이용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