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가을 하늘을 수놓는 아기 밀짚잠자리의 힘찬 날갯짓
〈밀짚잠자리〉는 생명과 삶에 대한 권정생 작가의 깊은 사색이 담긴 작품입니다. 《강아지똥》을 비롯해 권정생 동화를 그림책으로 펴내 온 길벗어린이가 1983년 처음 발표된 〈밀짚잠자리〉를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출간하였습니다. 이 책은 밀짚처럼, 노랗고 기다란 꼬리를 가진 아기 밀짚잠자리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변 세상을 여행하고 다양한 생명들과 만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태어나 처음 세상을 마주한 어린 생명은 하루 동안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이야기도 나누며 세상에는 부끄러울 때도 있고 놀랄 때도 있고, 기쁘고 즐거울 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달님과의 대화를 통해 때로는 슬프고 무섭지만, 탄생과 죽음의 반복은 모두 자연의 섭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서양화가이자 그림 작가인 최석운은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표현으로 갓 태어난 밀짚잠자리가 날아다니는 멋진 가을 풍경을 책 속에 가득 담아냈습니다. 또한 세상 구경에 즐겁기도 하고, 때로는 슬퍼하기도 하는 밀짚잠자리의 표정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습니다. 작품 곳곳에 숨겨진 의미를 친절하고 꼼꼼하게 짚어 주는 아동문학평론가 엄혜숙의 해설은 권정생의 작품을 제대로, 깊이 있게 알게 합니다. 항상 작고 소외된 것들을 바라보고, 모든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작가 권정생의 철학이 오롯이 담긴 그림책 《밀짚잠자리》를 만나 보세요.
“이 세상은 아주 예쁜 것도 있고, 미운 것도 있고, 무서운 것도 있는 거야.”
밀짚잠자리를 통해 보는 우리가 사는 세상!
밀짚잠자리는 태어난 첫날 설레는 세상 구경에 나섭니다.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담장 안의 동물들을 구경하며 행복해하다가도, 탈탈탈 큰 소리가 나는 경운기에 깜짝 놀라 달아나기도 합니다. 또 미루나무 꼭대기에 잎사귀가 아름답게 춤을 추고 있는 하나님 나라를 보며 눈물이 고일 듯 가슴 벅차하기도 합니다. 하루 종일 많은 것들을 경험한 밀짚잠자리는 밤이 되어 달님을 만나 그날 하루 본 것을 말하고, 속상했던 일을 털어놓고,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달님은 밀짚잠자리에게 세상은 아주 예쁜 것도 있고, 미운 것도 있고 무서운 것도 있다고 말해 줍니다. 그래서 살다 보면 기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무섭고 슬픈 때가 있다는 것을요.
갓 태어난 밀짚잠자리로 표현된 순수하고 맑은 눈, 그리고 그 눈에 비친 희로애락의 삶은 극적인 대비를 보여 주며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주제를 한 번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책 속의 밀짚잠자리를 따라 다양한 동물들, 사람들을 마주치고 여러 가지 상항들을 관찰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 자신과 우리 삶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지요.
또한 밀짚잠자리의 고민은 작가 권정생이 고민했고 우리 모두가 앞으로도 끊임없이 생각하게 될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합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면서 생명과 삶에 대해 생각해 보고 각자의 생각을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